봉선사 육화당에서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전시회 열려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웹자보 컷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웹자보 컷

남양주시 소재 봉선사에서 ‘제주4.3항쟁’ 관련 전시회가 9월 18일부터 9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주최 측은 “72년 전 미국 군사정부 시 3.1절 28돌 기념식 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시작된 제주4.3항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종교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더이상 묻어 둘 수만 없어 세상 밖으로 꺼냈다”고 밝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는 제주4.3범국민위원회,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가 2017년부터 기획해 순례 및 답사를 거쳐 이룬 결과물이다.

이번 행사는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제주불교4.3희생자추모사업회,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하고,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조계종 제23교구 신도회,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후원했다.

전시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주지 허운 스님은 “70여 년 전 4.3항쟁 당시 불교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 서북청년단들의 탄압으로부터의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로,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로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혀, 또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교훈과 함께 지옥 중생을 보살피고, 총질했던 자들의 두터운 업보를 용서하기 위함”이라며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와 함께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4.3특별법 개정안 발의가 되고 있는 시점이라 4.3의 진실을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 지역 불교계를 대표해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은 “70여 년이 지나고 있지만 진실은 아직도 묻혀 있고 명예회복은 더디기만 하다”며 “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이자 한국 불교의 역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총괄 기획한 제주4·3범국민위원회 백경진 상임이사는 이번 전시는 “70여 년 전 한반도 최남단 섬 제주에서 있었던 야만스러운 역사가 특정 종교 세력이 개입돼 주도적으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불교가 말살되고 제주민들이 최소 3만명에서 최대 9만명까지 희생되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을 막는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고 전시회개최 이유를 밝혔다.

2018년 일본 전시회 등 등 4.3을 작품화해 알리고 있는 이수진 작가는 4.3 당시의 고통을 작품에 투영하기 위해 70여년 전 제주의 주요 식량 작물인 보리를 소재로, 4.3 당시 공권력에 의해 불타서 사라진 마을에서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에서 자라난 숨비기나무 열매를 채취, 보릿대를 염색해 소재화하는 등 특별한 의미를 담아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이수진 작가의 ‘상생의 종’은 4.3 당시 해안가 사찰에 있던 종으로 무장대가 산으로 옮긴 후 산에서 무장대들이 예불을 드리는 등 산사람들과 함께하다 4.3항쟁이 끝난 후 다시 해안 마을로 돌아온 종을 작품화했는데 동네 청년들을 보호했다는 이유로 토벌대에 의해 댕유지나무에 묶여 죽창으로 죽임을 당한 신홍연 스님의 극락왕생 발원 모습도 작품화했다.

도예가인 윤상길 작가는 제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쫓기고 숨고 죽임을 당한 넋을 위로하고자 작업 전 기도와 명상을 통해 받은 느낌을 토대로 전통 망댕이 장작가마에서 백분토와 조합토, 무유, 백유 등의 재료를 이용해 중생구제가 화두였던 스님들의 ‘순교’ 등을 표현하며 극락왕생 기원했다.

4.3작품을 위해 제주로 귀농한 김계호 작가는 토벌대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흥룡사 경내 용장굴에 피신했던 제주민들의 고통을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암흑과 촛불로 표현했다.

이수진 작가와 김계호 작가의 공동 작품 ‘피어나소서’는 4.3 당시 학살된 승려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인 연꽃으로 환생해 부처의 대자대비를 온 누리에 비치도록 하는 것을 형상화했다.

20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식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열지 않기로 했다. 관람 등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제주4.3범국민위원회(02-786-4370) 이하진(010-2378-3583)씨에게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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