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또각또각 구둣소리


발랄한 어깨에 찰랑이는 머리카락


폴폴 코끝을 따라오던 달달한 향기


몸 한구석 불뚝 일어서는 전율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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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오월엔


                               이명진


나무 아래서

저 연한 잎맥들이 쏟아내는

햇빛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낸다


눈을 뜰 수가 없는

첫 키스의 달콤한 혀로 감기는 바람


눈으로

몸으로

입으로 가득 들어찬 초록줄기들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의 날숨에

가슴은 더워지고


초록이 걸어오는

찬란한 오월엔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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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여름을 먹다


                               이명진


연한 잎사귀 사이사이

구김살 없이 내리쬐는 투명한 햇빛


한 잎 한 잎 뜯어다가

반짝이는 물비늘 털어내고


싱그런 초록 가득 싸서

찬란한 여름을 먹는


달마의 배를 쓰다듬으며

부러울 것 없는

여일(餘日)


여기가

극락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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